본문 바로가기
Book Review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단편소설 리뷰

by 책읽는 카페지기 2022. 9. 20.

1. 노인으로 태어나 점점 아이가 되어가는 청년의 일대기

누구나 한 번쯤, '어려지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는 태어난 직후부터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늙어가고 주름이 생기며 죽음에 이릅니다. 즉, 우리의 시간과 생체리듬은 앞으로 향하며 우리를 죽음에 이르게 만듭니다. 만약 남들은 점점 늙어가지만 나만 어려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친구들은 노인이 되어가지만 나는 어린아이로 변해간다면 과연 사람들이 나의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다소 황당한 이런 상상이 발전하여 소설로 탄생했습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노인의 모습으로 탄생하여 남들과 다르게 점점 어려지는 한 청년의 일대기를 다루었습니다. 저는 '벤자민'의 이야기를 브래드 피트 주연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통해 먼저 접했습니다. 브래드 피트는 몇 시간에 걸친 특수분장을 통해 노인으로부터 아이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층을 아우르며 열연을 펼쳤습니다. 영화는 워낙 유명해서 아카데미 상을 비롯한 많은 상을 수상했고 전 세계에서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거쳐갔습니다. 

저는 벤자민의 이야기가 책이 원작이라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제 친구가 저에게 벤자민 버튼의 단편소설이 포함된 작은 책을 선물해주었기 때문에 저는 원작과 영화를 비교하며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혹시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단편 소설 원작을 한번 읽어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2. 원작 소설 작가 소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F. 스콧 피츠제럴드(F. Scott Fitzgerald) 작가가 작성한 단편소설입니다. 피츠제럴드는 1896년 미네소타에서 태어났고, 프린스턴 대학에 진학했지만 성적이 부진하여 자퇴한 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였습니다. 1919년에 장편소설인 「낙원의 이쪽」으로 크게 성공했고, 1925년에는 「위대한 개츠비」를 발표해 문단에서 집중받는 작가로 거듭나기도 했습니다. 위대한 개츠비는 우리나라에서도 워낙 유명한 소설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목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작가는 1940년, 향년 44세의 나이로 사망했는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등 중단편 소설을 총 160여 편을 남겼습니다. 

3. 단편소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소개

3-1. 벤자민의 탄생

단편소설 '벤자민 버튼'의 주인공인 벤자민은 1860년대 로저 버튼 부부의 가정집에서 태어났습니다. 놀랍게도,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벤자민의 모습은 노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벤자민의 탄생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아기의 충격적인 모습에 출산을 도왔던 의사는 불쾌함을 드러내며,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은 뒤 마차에 올라 도망치듯 사라졌습니다. 자신의 아이를 처음 본 아버지 로저 버튼 씨는 노인의 얼굴을 한 아들을 보자마자 절망합니다. 아들을 담요로 감싸고 아이가 입을 옷을 사러 간 의류매장에서 아버지는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은 아기의 옷을 사는데 애를 먹습니다. 노인의 체형인 아기에게 맞는 아동복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노인의 얼굴을 한 아기의 부모는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합니다. 우선, 아기가 아빠와 엄마를 뭐라고 불러야 하나가 고민이었습니다. 노인의 얼굴을 한 아기가 겨우 30살 남짓의 아버지를 '아빠'라고 부르면 많은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 것이 뻔했습니다. 또한 벤자민은 체형, 외모뿐 아니라 놀이 취향까지 아이들과 달랐습니다. 아버지가 딸랑이를 들고 와 아들에게 나이에 맞게 놀라고 주문했지만, 노인인 벤자민에게는 딸랑이가 재미있을 리 만무했습니다. 

3-2. 벤자민의 성장

벤자민의 성장도 순탄치 않았습니다. 벤자민이 다섯 살이 된 해 벤자민은 유치원에 들어갔지만, 모든 활동이 재미없어 꾸벅꾸벅 졸기 일수였고 유치원 선생님을 자주 화나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벤자민은 유치원을 나오게 됩니다. 벤자민이 12살이 되던 해, 벤저민은 신체의 미묘한 변화를 감지합니다. 새하얗던 그의 머리가 철회 색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구부정한 허리는 조금씩 펴지고 있었습니다. 벤자민은 18살이 되어 예일 대학교에 합격했으나 입학식이 끝난 뒤 학교 사무실에서 '노인이 나이를 속이고 부정 입학했다'는 누명을 쓰게 됩니다. 할아버지 얼굴을 한 벤자민이 18살일 줄은 아무도 몰랐던 겁니다. 스무 살이 된 벤자민은 나이 들어가는 자신의 아버지와 점점 사이가 좋아졌습니다. 벤자민은 점점 중장년의 외모가 되어갔고, 아버지는 늙어갔습니다. 

3-3. 벤자민의 사랑

그 시기, 벤자민에게 첫사랑이 찾아옵니다. 몽크리프 장군의 딸인 힐더가드라는 숙녀를 우연히 보게 된 벤자민은 사랑에 빠집니다. 힐더가드에게 벤자민은 매력적인 쉰 살(50대)처럼 보였습니다. 첫 만남 후 6개월 만에 벤자민과 힐더가드는 약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평범한 가정처럼 살림을 시작합니다. 큰 차이가 있다면 남편은 점점 어려지고 아내는 시간에 맞게 늙어간다는 것이겠지요. 벤자민은 혈기왕성한 청년의 모습이 되어가며 무료한 삶에 실증을 느끼고 1898년 아메리카-스페인 전쟁에 입대하여 크게 활약합니다. 그는 대위로 임관하여 중령까지 진급했으며 작은 부상을 입고 훈장을 수여받습니다. 전역 후 사업을 돌보기 위해 집에 돌아온 벤자민은 늙어가는 아내의 모습을 직면하고 크게 절망합니다. 자신은 점점 젊어지고 활기찬 청년이 되어가는데 아내는 할머니가 되어가고 있었고, 이 변화는 남편과 아내 모두가 받아들이기 힘들어집니다. 

3-4. 거꾸로 나이 들어가는 벤자민

벤자민이 20살로 보이기 시작할 즈음, 벤자민의 아들과 벤자민이 동년배로 보이기 시작했고, 벤자민은 나이를 20살로 속여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벤자민은 거꾸로 나이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는 실제 나이 18살이던 당시 예일대학교에서 퇴짜를 맞았던 과거를 이겼습니다. 하지만 벤자민의 학교 생활은 밴자민이 대학생에 맞지 않은 어린 청소년으로 점점 변해가며 어려워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벤자민은 자신의 손자와 같이 놀 수 있을 만큼 아기가 되어 점점 죽음에 이릅니다. 

4. 영화와 원작의 설정 차이

원작과 영화는 설정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원작에서는 아버지 로저 버튼이 노인의 얼굴을 한 아들을 보고 크게 당황하긴 해도 나름 최선을 다해 아들을 나이대에 맞게 양육하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벤자민은 태어나자마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자신을 보육원에 버리는 설정입니다.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벤자민을 거두어 기른 것은 착한 흑인 부부였습니다. 이들은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아이가 없어 고민하고 있었지요. 또한, 원작에서는 벤자민이 노인의 외모뿐 아니라 신체조건, 정신력까지 모두 노인처럼 보이지만, 영화에서는 얼굴만 노인이지 키, 정신 등은 아기로 태어나 점점 성숙해지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가장 큰 설정 차이는 벤자민의 '사랑'이었습니다. 원작에서는 벤자민이 숙녀인 힐더가드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나이가 들어 갈수록 점점 사랑이 식어가는 설정이었지만, 영화에서는 6살 소녀 '데이지'의 눈동자를 보고 호감을 갖기 시작한 벤자민이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숙녀가 된 그녀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습니다. 또한, 원작과는 다르게 영화에서는 벤자민의 사랑이 좀 더 깊어질수록 자신이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없다는 고민에 괴로워하며 설정이 보다 현실성 있게 느껴졌습니다.

5. 감상 소감

원작과 영화의 기본적인 설정은 같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벤자민의 사랑과 가족에 대한 고민, 인생에 대한 성찰이 더욱 현실성 있고 재밌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저는 벤자민이 데이지와 결혼해 아이를 갖게 되자, 이 아이가 자신과 똑같은 저주에 걸리지 않을까 고민하고 슬퍼하는 모습이 정말 마음 아팠습니다. 종합적으로 저는 영화와 소설을 동시에 보며 인생에 있어 시간이란 어떤 의미인가 /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인간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벤자민의 신체변화와 일반인 중 선택할 수 있다면, 이왕이면 저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늙어가는 것을 선택하고 싶네요. 정신뿐 아니라 몸도 나무의 나이테처럼 점점 성숙해지고 깊어지는 것이 인생이지 않을까요? 

댓글